1. 수아는 로또 1등 당첨자였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었다.
서울의 가을밤, 빗방울이 가로등 불빛을 따라 차분히 내려앉았다. 수아는 중계동 카페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빗물이 창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그녀의 손엔 작은 복권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로또 1등 당첨. 그 종이는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진짜야… 정말 1등이 맞아….'
수아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며 몇 번이고 복권을 확인했다. 숫자가 정확했다. 의심할 여지 없는 1등 당첨이었다. 기쁨이 온몸을 전율처럼 타고 지나갔다. 상상 속의 꿈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빚을 갚고, 새로 집을 사고, 마음껏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모든 게 가능해졌다.
그러나 기쁨이 지나가자, 머릿속에 빠르게 다른 생각들이 들어찼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이 돈을 안전하게 찾을 수 있을까?'
수아는 복권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여기서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순간, 그녀의 마음이 서늘해졌다. 이 작은 종이를 잃어버린다면, 그 모든 꿈도 물거품이 될 것이었다.
그녀는 복권을 가방에 조심스럽게 넣고 지퍼를 끝까지 잠갔다. 하지만 그 상태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가방 속에서 복권이 구겨지거나 잘못해서 빠져나오지는 않을까? 수아는 주기적으로 가방을 확인하며 신경이 곤두섰다. '돈을 손에 넣기 전까지는… 절대 방심할 수 없어.'
잠시라도 복권에서 시선을 떼면, 마치 그것이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이 그녀를 괴롭혔다. 마치 이 모든 것이 한순간의 착각처럼 흩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은행에 가기 전까지는 이걸 어디에 숨겨둬야 하지?' 수아는 머리를 굴렸다. '집에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은데… 혹시라도 누가 들어와서 가져가면?' 그녀는 도망자라도 된 듯, 끊임없이 주위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된다. 잠깐이라도 방심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복권을 넣은 가방을 끌어안고, 수아는 자신을 의심했다. 혹시나 잘못해서 복권을 잃어버리진 않을까? 그녀는 끊임없이 가방을 확인했다. '집에 가면 복권을 금고에라도 넣어야 하나? 아니면 잠옷 주머니에 넣고 잘까?' 돈을 수령하기 전까지는 어떤 상황에서든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피어올랐다. 이 기쁨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이 놀라운 소식을 털어놓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말하는 순간, 모두가 그 복권을 노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누구도 믿을 수 없어….' 돈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하게 할지 두려웠다.
혹시라도 누군가 이 사실을 알아채고, 나를 노리는 건 아닐까?
마치 누군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주변의 모든 것이 수아를 압박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것처럼. 카페의 평온한 분위기마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수아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자신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이미 식어버린 커피는 차갑고 쓰기만 했다. 마치 그녀의 마음속 두려움처럼. 손을 떨면서 다시 가방을 확인했다. 복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 작은 종이 한 장에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었다.
'말해야 할까? 아니면 끝까지 비밀로 해야 할까?' 수아는 혼란스러웠다. 만약 이 사실을 말하면, 모두가 부러워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그들이 자신을 달리 볼까 두려웠다. 돈이 그녀의 인간관계를 바꿔놓을 수도 있었다. 특히 도윤에게. 도윤은 언제나 좋은 친구였지만, 그조차도 돈 앞에서 변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그 순간, 카페 문이 '딩동' 소리와 함께 열렸다. 수아는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수아야!"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다가오는 세준이었다.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그 남자는 언제나 사람들 틈에서 잘 어울리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금 그의 미소는 이상하게 날카롭게 느껴졌다.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
"너 혼자 있네? 같이 한잔할래?" 세준은 자연스럽게 그녀 앞에 앉으며 능숙하게 웃음을 지었다.
수아는 본능적으로 손가방을 가슴 쪽으로 당겼다. 복권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그의 시선을 피했다. 이 여우 같은 남자에게는, 절대 이 비밀이 들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 언제나 사람을 간파하는 데 능숙했으니까.